2024-11-19 ~ 2024-12-29 |
전 시 개 요
□ 전 시 명 : 김세중미술관 특별기획전 <여성 조각가 5인의 삶과 예술> □ 참여작가 : 김혜원 / 김효숙 / 윤석남 / 이정자 / 임송자 □ 기 간 : 2024년 11월 19일(화) - 12월 29일(일) □ 장 소 : 김세중미술관 1, 2전시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원로70길35) □ 관람시간 : 11:00~17:00, 화~일요일(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 □ 개 막 식 : 2024년 11월 19일(화) 오후 3시 □ 미술사 특강 : <한국의 여성 조각가들>, 2024.12.14(토) 14-16시 / 조은정(미술사가) □ 체험프로그램 : <삶의 흔적, 손의 기억>, 2024.12.15(일) 13-16시 / 서해영(조각가) □ 인사말 김세중미술관은 2024년 특별기획전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인체 조각 부문을 대표하는 여성 조각가들의 그룹전 <여성 조각가 5인의 삶과 예술>을 개최합니다. 한국미술사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으로 예술의 길을 개척한 조각가들이 있습니다. 본 전시는 척박한 요건과 고된 환경에서 묵묵히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여성 조각가 중에서 특히 인체 조각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작업을 지속해온 5인을 선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근현대 여성 조각가와 치열했던 삶과 예술적 성취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늦가을의 정취와 함께 한국 근현대 여성 조각가가 이루어온 예술 세계를 향유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 녕 김세중미술관 관장 □ 전시 내용 : 2024년 김세중미술관 특별기획전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인체조각 부문을 대표하는 여성조각가 5인의 그룹전을 개최한다. 조각에서 여성은 주로 재현의 대상으로 존재해 왔지만, 한국미술사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으로 조각계의 길을 개척한 여성 조각가들이 있다. 1950년대부터 철 용접조각과 철선 조각 기법을 도입한 한국 조각의 선구자 故김정숙((1917~91) 조각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전시에서는 척박한 환경과 고된 제작 환경에도 묵묵히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여성조각가 중에서 인체조각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5인을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김혜원, 김효숙, 윤석남, 이정자, 임송자의 조각이 전시된다. 본 전시를 통해 한국근현대 여성조각가의 조각적 성취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 전시 기획글 김세중미술관 기획전 《여성 조각가 5인의 삶과 예술》은 60여 년 동안 인체 조각에 꾸준히 집중한 여성 조각가 5인—김혜원, 김효숙, 윤석남, 이정자, 임송자—의 그룹전이다. 참여 작가들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세대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각가로서의 길을 개척한 여성 조각가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 대리석, 청동, 철판 용접, 나무, 테라코타, 한지 등 다양한 재료의 인체 조각 작품들과 목판화, 석판화, 크로키 등의 평면 작품 등 39점을 전시하며, 그들의 삶과 예술 여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인류 최초의 조각은 인간 신체의 형태를 본뜬 인체 조각으로, 이는 단순한 형상적 탐구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예술적 시도의 일환이었다. 인체에 대한 관심과 표현은 탐미적이고 미학적인 목적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와 본질을 사유하는 심오한 철학적 탐구로 발전해왔다. 한국미술사에서 조각의 출발점은 김복진(1901-1940)의 인체 조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의 제자들인 윤효중(1917-1967)과 김경승(1915-1992)으로 이어져 인체 조각은 조각에서 주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하였다. 서울대학교(1946년)와 홍익대학교(1948년), 이화여자대학교(1960년)에 조각과가 창설된 이후, 한국 조각의 흐름은 순수조각과 함께 공공조각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더욱 활발히 발전해왔다. 이러한 한국 근현대 조각의 흐름 속에서 김정숙(1917-1991)과 윤영자(1924-2016)는 한국 조각의 발전에 중요한 기틀을 확립한 선구자들로, 후속 세대의 여성 조각가들에게도 중요한 기틀을 제공하였다. 김정숙은 이화여대 가사과를 다니던 중 결혼으로 인해 (당시 학칙으로 인해) 학업이 중단되었고, 삼남매를 낳고 키우다가 33세에 홍익대 조각과에 입학하여 인체 조각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55년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유학하며, 한국 조각계에 철 용접 기법과 철선 조각 기법을 최초로 도입하였고, 해외 추상 조각을 국내에 소개하였다. 1950년대 앵포르멜 추상미술의 도입은 한국 조각에서도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모더니즘의 흐름을 반영하여 추상 조각을 주요 사조로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정숙은 한국미술사에서 추상 조각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한국 여성 조각의 발전을 이끈 1세대 조각가로 평가받고 있다. 홍익대 조소과 첫 입학생인 윤영자는 사실주의 인체조각가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1989년 여성미술인을 위한 석주문화재단을 설립하였고, 1999년 석주미술상을 제정하여 여성 미술가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2023년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한 김윤신(1935년생)의 추상 조각은 최근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983년 50세에 대학교수직을 포기하고,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천연재료와 목조각에 몰두한 그녀는 40여 년간 그곳에서 자연주의에 기반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의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예술적 성과를 쌓았다.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는 그녀에게 김윤신미술관을 헌정하며 그 예술적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삶 자체가 예술 여정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조각가들, 위대한 조각가란 이런 분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한국 근현대 여성 조각가들에 대한 연구 자료와 기획 전시가 많지 않았고, 특히 인체 조각에 관한 자료는 더욱 부족한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80대인 5인의 조각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시자료를 취합하였고, 전시도록에는 그 내용을 함축하여 실게 되었다. 또한 한국근현대 여성 조각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살피고자 미술사가 조은정 교수의 ‘한국의 여성 조각가들’ 특강과 전시글도 마련하였다. 참여 작가들과의 인터뷰는 각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조각가의 작업실은 단순한 창작 공간을 넘어 조각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소로,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의 개인적인 서사와 예술적 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각은 그 재료의 물성이 강한 예술 분야이기에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마다 전체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특혜를 누리게 되기에, 매우 기대감이 커진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작업실에서 마주한 60여 년의 시간이 깃든 작품들은 그 안에 담긴 서사와 흔적들로 인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정된 전시 공간으로 인해 한 작가당 5~6점의 작품만으로 그들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각 작가의 고유한 개성과 메시지를 가장 잘 담아낸 작품들을 면밀히 살펴보며 작품을 선정하였다. 본 전시 도록은 작가와의 인터뷰 일정의 순서대로 구성하였다. 임송자(1940~)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20여 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었다. 단아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조각을 전공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는 생계를 위해 강사로 일했던 시절과 35세에 유학을 결심했던 당시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가 30대 중반 여성 작가의 유학을 허용하지 않았던 현실을 알게 되었고, 이탈리아에서 늦게 시작한 유학 생활의 고충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인생 최고의 황금기”로 회상한다. 이 시기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작가는 작품에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내며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을 선보였다. 특히, 일찍 가족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쓸쓸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며, ‘봄이 오는 소리’와 ‘손’ 연작을 통해 어머니의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현대인’ 연작에서는 고단한 삶의 메시지를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내며 작품 주제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 김혜원(1941~)은 1960년대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과 유학 시절을 회상하며, 조각가 부부로서의 삶이 자신이 꾸준히 작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밝게 미소 지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녀는 초기 사실주의 인체조각 작품인 <평화를 잇는 미소>를 시작으로, <섬> 연작에서는 인체를 자연의 일부로 보았고 묵시록적인 태도로 인내와 경청의 삶을 구현했다. 작업은 점차 추상적인 경향을 띠며, 현대문명으로 인해 파괴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현재 미술관으로 운영되는 조각가 부부의 집에서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고,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60여 년에 걸친 예술 세계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정자(1940~)는 고등학교 시절 국전에 입선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조각가다. 수백 장의 크로키를 통해 한국 전통 미학의 아름다운 선을 인체 조각에 구현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주제로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랑은 하나님께 받은 근본적인 사랑으로, 이를 담은 '모자상'을 많이 제작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을 따뜻한 작품을 통해 긍정적인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크로키도 함께 선보인다. 현재는 조각뿐만 아니라 평면작업으로도 확장하여 평안과 사랑의 기쁨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김효숙(1945~)과의 인터뷰는 대전의 개인전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그녀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포용적 의미를 담은 ‘동그라미’를 작품의 주요 주제로 삼고, 신앙적 메시지를 더해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고 있다. 1960년대, 시대적 벽을 마주한 여성 조각가로서의 고뇌와 상처는 거친 표면과 대담한 구조로 구현되었으며, 당시 사회의 성별 차별로 인한 아픔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개인전에 이어 대전 근교에 있는 작업실을 방문했는데, 외부 전시기획자가 작업실에 방문한 적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다. 작업실은 김효숙 작가의 60년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지만, 그동안 이 보물 같은 공간이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 중 작가는 유교적인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조각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처음으로 밝혔다. 남편의 직장으로 대전에 거주한 이래 서울을 왕래하며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윤석남(1939~)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40세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어릴 적부터 화가의 꿈을 꾸며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고, 당시 가장으로서 미대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익힌 드로잉 훈련 덕분에 탁월한 회화 실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윤석남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에서 겪은 경험과 시대적 상황의 목소리를 작품에 강렬하게 담아낸다. 그녀가 처음 그린 대상은 어머니였으며, 고단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를 통해 여성에 대한 애환과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현재 작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초기 작품이자 미발표작인 <어머니, 28살>와 <자화상>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여성 조각가들의 치열했던 삶과 그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났던 예술 여정을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해방 이후 척박했던 환경 속에서, 특히 1960년대 활동을 시작한 여성 조각가들은 열악한 작업 조건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라는 현실과도 맞서며 끊임없이 고군분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열정과 도전은 인체조각을 통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희망을 담아내며,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의 매마른 정서에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여성 조각가들의 삶과 예술 여정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여성 조각가들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원영 (김세중미술관 학예실장) |